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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특별대책 TF를 마치며_이명숙(성범죄특별대책TF 위원장, 변호사)
  • 등록일 :2024-10-30
  • 작성자 :성미화
  • 조회수 :58

국방부가 지난 2월 12일부터 4월 30일까지 3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한 성범죄 특별대책 태스크포스(TF) 활동을 되돌아보면, ‘줄탁동시(口卒 啄同時)’라는 말이 떠오른다. 국방부가 TF를 만든 것은 군내 성폭력을 근절하고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성폭력을 신고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3개월에 걸쳐 전군에 TF 활동을 홍보하고 성폭력 신고를 독려한 결과 얻은 성폭력 사건 신고는 29건이었다.

국방부는 이 신고 건수가 예년의 같은 기간에 비해 3배나 증가한 숫자라고 하지만 아쉬움은 많이 남는다. 특히 TF 활동을 마친 그다음 날 보도된 미군 내 성폭력 신고 건수를 생각해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미 국무부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 성폭력 건수가 2016년 6172건에서 지난해에는 6769건으로 10% 증가했다고 한다. 물론 군인의 숫자도 다르고 군내 분위기나 여러 사정이 다른지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군이라고 해서 군대 성폭력이 폭발적으로 많은 특이한 집단도 아닐 테고, ‘군대’라는 특수성과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피해자가 신고를 꺼리는’ 성폭력 사건이 지닌 특징은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어느 나라 군대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 국무부 성폭력예방대응실(SAPRO) 책임자 앤 버크하트 해군 제독이 “미군에서 이 범죄가 근절될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면, 우리는 “우리 군대 내에서 이 범죄가 근절될 때까지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해야 한다.

일반 사회에서 성폭력 범죄 신고율은 10%가 되지 않는다. 위계질서가 강한 군대에서는, 일반 사회보다 신고율이 현저히 낮을 수 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위계질서가 강하고 집단생활을 하는 ‘군대’라는 특수성은 성폭력 예방 교육을 위한 인프라가 어떤 조직보다 잘 될 수 있고, 가해자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 및 엄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그 어떤 일반 사회조직보다 잘할 수 있는 강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물론 수년 전부터 군내 성폭력 예방을 위한 관심과 노력이 있어 온 것은 사실이다. 그 연장선에서 국방부가 자발적으로 성범죄 특별대책 TF를 만들어 성폭력 전문변호사 등 6명의 외부 민간위원을 위촉하고, 민간위원들에게 내부 회의는 물론 전국에 있는 일선 부대를 방문해 부대원들을 직접 만나 현장의 목소리까지 생생하게 전달받도록 한 것은, 그동안 내부에서 진행해온 성폭력 문제 해결방안을 벗어나 외부 전문가들의 시각으로 보완해야 할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보인다.

국방부의 이러한 시도는 그동안 성폭력에 대해 폐쇄적이었던 군대가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성폭력 근절을 위한 군대 내부의 이러한 노력이 지속되는 한, 머잖아 우리도 미국의 성폭력 신고 건수를 부러워하지 않는 날이 도래할 것이다. 3개월간 TF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제안한 개선안 17가지를 비롯한 많은 법 제도 개선과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머지않은 날, 군대가 우리 사회의 성범죄 근절을 위한 선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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